#<국민연금 주식매도 멈춘다> <대형주 숨통 트일듯> <동학개미 압박에 국민노후자금 운용 위험 비판 논란>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9일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을 변경했습니다.
국민연금은 기금을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각 자산의 비중과 이 목표비중에서 이탈이 허용되는 범위도 정해놓고 있습니다.
올 들어 국내 주식 순매도 행진을 거듭해 온 국민연금이 운용자산 중 국내주식 보유 비중의 상한선을 지금보다 1%포인트 더 높이기로 해서 그동안 계획된 비율에 맞추기 위한 국민연금의 기계적인 주식 매도 행진이 당장 멈출 거란 기대가 나옵니다.
한편,국민연금의 순매도를 최근 약세장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동학개미' 투자자의 압박에 정부가 결국 굴복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국민의 노후자금을 여론의 추세에 흔들려서 기금운용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포스팅 해 보겠습니다.
1.높아진 '전략적 자산배분 한도'란?
❶국민연금은 9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한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❷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한도란 전체 운용자산 중 주식 비중 등이 기본목표 비율보다 높거나 낮을 때 일정 수준까지 오차를 허용해주는 제도입니다.
❸국민연금이 이 비율을 수정한 건 2011년 이후 10년 만인데,코스피 3000시대를 맞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비중이 지난 4개월 연속 허용한도 범위를 벗어나면서 '과매도' 상황이 이어지자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10년 만에 조정이 이뤄진 것입니다.
❹올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기본목표는 16.8%이고,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가 ±3.0%포인트까지 상향 조정되면 요즘처럼 주가가 올라 평가액에 따른 주식 비중이 자연스레 오를 경우,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기존 상한선인 18.8%에서 19.8%까지로 더 높여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❺다만 이번에 전략적 자산배분(SAA)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대신 전술적자산배분(TAA) 허용한도는 종전 ±3%p에서 ±2%p로 1%p 축소되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비중목표 이탈 허용범위 총량은 종전과 동일한 ±5%p로 동일합니다.
❻그동안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한도 ±2%포인트(p)와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한도 ±3%p를 합쳐 총 ±5%p의 이탈허용한도를 목표치에 반영했으나 ±2%p를 넘어서면 운용역이 기금위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허용한도는 ±2%p였습니다.
2.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도세는?
❶올해 들어 3개월 동안 15조원이 넘는 국내주식을 팔아치운 국민연금이 '대량매도' 행진을 일단은 멈출 것으로 보입니다.
❷특히 국민연금의 매도 타깃이었던 동학개미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❸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액은 약 180조 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약 855조 원)의 21% 수준이었습니다.
❹2월 이후 이날까지 연기금의 순매도액(약 8조6,000억 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현재 국내주식 보유액은 172조 원 정도입니다.
❺국내주식 보유 비중 상한이 19.8%까지 확대된 만큼 국민연금이 추가로 팔아야 할 물량은 2조 원 정도이며 매물을 내놔야 하는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❻여전히 올해 국내 주식 보유 기본목표 비중은 16.8%인 데다, 2025년까지는 이를 15%로 더 낮춰야 하므로 국민연금이 순매도의 속도를 조절할 여력이 생겼을 뿐,순매수로 돌아서 주가를 부양할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❼이형훈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도 이날 기금위가 끝난 뒤 "(이번 결정이) 국내주식의 즉각 매도 중지나 추가 매입을 의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위한 목표를 지속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 점에서도 들어 납니다.
3.'동학개미'에 또 굴복?
❶그럼에도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국민연금의 장기 전략을 변경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❷지난해부터 ▲대주주 기준과 주식 양도세 기준 완화 ▲공매도 금지 연장 등 주요 이슈에서 정부는 여론에 밀려 기존 방침을 바꾸는 모습을 자주 보여 왔습니다.
❸국민연금은 지난달 26일 기금위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지만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❹당시에도 매년 5월 결정하는 중기자산 배분 전략 회의를 앞두고 중간에 리밸런싱을 따로 논의하기로 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었습니다.
❺기금위 위원을 지낸 정용건 금융감시센터 대표는 "장기적 자산배분 비율을 손대지 않고 전략적 배분 허용 한도만 조정하는 건 기금운용에서 매우 부적절한 방식"이라며 "단기적으로 순매도 압박은 줄어들지 몰라도 국민 노후자금의 운용 위험은 사실 더 커진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❻권 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행 리밸런싱 규칙은 10년전에 마련된 것으로 그동안 변화된 자본시장의 흐름 등을 새롭게 반영해야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면서 "이번 허용한도 범위 변경 외에 추가 확대 논의는 없을 것이며, 근본적인 리밸런싱 규칙에 대해서는 기금위원들이 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논의를 통해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