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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지난 강제키스에 혀 절단 -과잉방위(중상해죄)vs정당방위?

by 찐럭키가이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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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지난 강제키스에  혀 절단 -과잉방위(중상해죄)vs정당방위?

필자가 법학 공부를 하던 시절에도 유명한 판례로 형법 교과서에서도 소개되고 사법고시 1차 문제에도 출제되었던 강제 키스 혀 절단사건의 당사자인 70대 여성이 57년 만에 정당방위다라며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기각이 되었다고 하니 역사적 분수령이 되는 사건인지라 이를 포스팅 하고자 한다.

 

1.형법은 정당방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개정전 형법>

21(정당방위)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개정후 형법>

21(정당방위)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情況)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2항의 경우에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驚愕)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전문개정 2020. 12. 8.][시행일 : 2021. 12. 9.]

 

여기서 쟁점은 방어행위의 상당성이다.과거에 법원은 정당방위를 매우 인색하게 인정하여 왔기에 많은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297(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 12. 18.>

 

 

한편,판례상 구성요건에 들어있는 폭행을 크게 네 가지 경우로 구분하여 유형력의 기준을 다르게 판단한다.

형법 제87조 내란죄의 구성요건 중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는 최광의(最廣義)의 폭행을 말하는 것으로서,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며,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음을 요한다.

형법 제115조 소요죄와 제116조 다중불해산죄에서의 폭행도 사람에 대한 폭행만이 아닌,기물을 파손한 것도 최광의의 폭행으로 본다.

 

형법 제136조 공무집행방해죄에서의 폭행은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 공무원에 대한 간접적인 폭행도 포함된다. 찰관들이 있는 경찰서의 '바닥'에 인분을 뿌린 행위는 폭행죄의 폭행에서는 해당되지 아니하나,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에는 해당한다.

 

폭행죄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면 성립된다.

 

형법 제297조 강간죄와 제333조 강도죄에서의 폭행은 유형력이 상대방의 반항 의사를 억압 또는 제한할 정도임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판례가 다수였고,형법의 강간죄라든가 강도죄의 성립에 있어서 폭행의 개념을 매우 협소하게 인정 하여 왔기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2015년 이후 강간의 경우 단순한 외력도 인정하는 등,성인지감수성에 따른 자유심증주의의 확대로 점차 폭행의 범위가 넓게 인정되는 추세이다.

 

2.무죄라고 판단한 경우를 살펴 보자!

대법원은 1989년 무죄선고

대법원은 1989년 강제추행을 당하던 30대 여성이 가해 남성의 혀를 깨문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여성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남성 2명이 경북 영양군의 골목길에서 귀가 중인 여성의 팔을 잡아 넘어뜨리고 강제로 추행하자, 여성은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저지했다. 혀를 잘린 남성이 여성을 고소했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과 달리 여성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여성은 정조와 신체의 안전을 지키려는 일념에서 엉겁결에 남성의 혀를 깨물었고, 이런 행위는 자신의 성적 순결 및 신체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2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

2012년 의정부지검은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남성의 혀를 깨문 여성의 절단 행위에 대해 재판까지 가지 않고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하여 기소하지 않았다.

 

사건 개요를 보면,남성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은 남성이 입속에 혀를 집어넣자 이를 깨물어 절단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성폭행 위험 상황에서 적극적인 자기방어를 허용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여성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봤다.

 

2020년 여름 부산에서 발생한 김수정씨의 혀 절단 행위

성폭행 목적으로 강제 키스를 시도한 30대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시킨 20대 여성에 대해 정당방위가 인정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강간치상, 감금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 기소하고 20대 여대생 B씨를 불기소했다고 2021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19일 부산 서면에서 술에 취한 B씨를 발견하고 드라이브를 가자고 제안한 뒤 승용차에 태워 부산 황령산으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A씨는 조수석에 잠든 B씨를 청테이프로 묶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 하지만 B씨가 A씨의 혀를 깨물며 저항하는 과정에서 A씨의 혀가 3cm 가량 절단됐고, 성폭행 범행은 미수에 그쳤었다.

 

A씨는 황령산으로 가는 도중에 편의점에 들러 청테이프와 콘돔, 소주 등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이후 A씨는 경찰에 'B씨가 키스를 하다가 혀를 깨물었다'B씨를 중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B씨도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강간치상으로 A씨를 맞고소했었다.

 

검찰은 A씨의 승용차 블랙박스 음성 및 동선상 CCTV 분석 등을 거쳐 A씨를 기소했다. B씨에 대해서는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해 죄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3.정당방위를 부정하고 유죄라고 판단한 경우를 살펴 보자!

상당성 초과로 보아 정당방위를 부정한 판례

정당방위는 사회상규에 비춰 '상당한 정도'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므로 혀 절단 행위가 모두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당방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두 사람 간의 친밀도,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했는지 또는 주위에 도와줄 일행이 있었는지 여부,혀 절단 후에도 계속해서 방어행위를 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해야 한다.

 

즉 두 사람이 평소 친분이 있었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성폭력이 발생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거나,혀를 절단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가해자를 공격한 경우에는 과잉방위로 본다.

 

한편,수원지법 안산지원은 2018년 모텔에서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다가 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에게 오히려 유죄(벌금 50만원)를 선고했다.

 

사건개요는 여러 차례 자신과 술을 마시고 모텔에 간 적이 있던 남성이 갑자기 자신의 입에 혀를 집어 넣자, 여성은 남성의 혀를 깨물고 빈병으로 남성의 이마를 내리쳤다.

 

여성의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 받지 못한 배경에는 두 사람이 모텔에 같이 갈만큼 친밀한 관계였고,혀 절단 이후 강제 키스가 중단됐음에도 여성이 계속해서 공격했다는 점이 영향을 주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여성이 거절이나 반대 의사표시를 했다면 남성이 키스를 중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혀를 깨물어 절단하고 병으로 이마까지 때렸다며 여성의 행위를 과잉방위로 보았다.

 

혀를 절단하지 않는 대신 성폭력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50대 여성은 2016년 평소 알고 지내던 남성이 라이브카페에서 강제로 키스하자, 남성의 혀를 깨물어 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이에 대해 "주점은 공개된 장소로서, 두 사람 이외에 다른 손님이 있었고, 여성이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였기 때문에 혀를 깨무는 방법 이외에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다"며 여성의 정당방위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역으로,남성이 여성의 혀를 절단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2014년 서울고법은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한 여성의 혀를 깨문 남성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었다.

 

재판부는 공개된 장소에서 어깨 등을 밀치거나 일행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으로 당시 상황을 어렵지 않게 벗어날 수 있었다"며 남성의 혀 절단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었다.

 

여성의 덩치가 남성보다 컸지만, 여성의 몸을 밀쳐내는 방식으로 충분히 키스를 제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었다.

 

 

4.57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낸 재심청구를 기각

이제 구독자들도 어느 정도 합리적 판단을 할 법률적 지식이 체득 되었을 것이고 솔로몬과 같은 판단을 할 준비가 되었을 것이다.

사건개요

최씨는 57년 전인 196456(당시 18),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씨에게 저항하다 노씨의 혀를 깨물어 1.5자른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96456일 오후 8.

당시 18살이었던 최 씨는 자신의 친구 지인인 21살 남성 노모 씨와 좁은 길에서 마주쳤고 노 씨는 갑자기 최 씨를 쓰러뜨린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인 노 씨의 혀가 1.5가량 잘렸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을 정도로 놀란 상태였다고 최 씨는 설명했다.

 

보름 뒤 흉기를 든 노 씨가 친구들과 함께 집을 찾아와 상해를 입었다며 행패를 부렸으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던 최 씨는 소환장을 받고 아버지와 함께 검찰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검찰에서 채 한 평이 안 되는 방안에 갇혀 있던 중 갑자기 구속됐고,자신이 상해 피의자가 됐다는 사실도 그 이후에 알게 됐다.

 

성폭행 가해자인 노 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데 피해자인 자신만 구속되고 가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 씨는 강력하게 저항했다.

 

최 씨는 "정당방위라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검찰은 듣지 않고 욕을 하고 위협하면서 '고의로 그랬지'라는 말만 계속했다""나를 영장도 없이 구속한 검찰이 노 씨에 대해서는 강간미수 혐의를 뺀 채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도 고통의 연속이었으며 재판부는 처음부터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피고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고 되묻는 등 심각한 2차 가해를 했다.

 

당시 언론도 같은 내용을 보도한바 '키스 한 번에 벙어리', '혀 자른 키스' 등 남성이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보도해 최 씨를 절망에 빠트렸었다.

 

최 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 난 뒤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힘겹게 살아왔다.

 

와이셔츠 공장과 노점상 등을 전전하며 홀로 밥벌이를 해야 했다.

60살이 넘어 뒤늦게 만학도의 길로 들었고 지난해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를 졸업했다.

 

최 씨는 2018년 쏟아지는 미투 고발 속에서 방송통신대 동료 학생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 있는 한국 여성의 전화 문을 두드렸고,여성단체와 학교 동기 등과 함께 당시 판결문과 기사를 찾아가며 증거를 모았고 변호인단 도움을 받아 재심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재심 이유가 없어 기각 결정

그녀는 "나의 재심 청구로 아직 용기 내지 못한 여성이 당당하게 사실을 밝히고 상처를 회복했으면 좋겠다""여성이 보호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번 재심 청구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하며 재심청구를 작년에 냈었다.

 

변호인은 당시 경찰은 피해자 주장대로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혐의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뒤집고 조사 첫날 출두한 피해자를 구속했고 "검찰은 당시 구속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진술거부권 등을 전혀 고지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감금했다"고 주장했었다.

 

"검찰은 조사 기간 내내 고의로 혀를 절단한 것이 아니냐며 자백을 강요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말하는 등 강압적이었다""이처럼 불리한 진술을 강요한 행위 등은 당시 헌법상 불법체포 감금죄, 타인의 권리행사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재심사유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당시 법원은 피해자에게 행실 책임을 묻는 등 범죄 유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으며 "최근 법원 판결에서 언급되고 있는 성인지 감수성은 변화된 시대 상황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가치가 아니라 보편적 가치"라고 주장했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최 씨 증언 등을 종합해 보면 재심사유가 충분히 될 것으로 전망하는 입장과 재심 개시 결정은 요건이 까다롭고 엄격한 자료가 필요한 만큼 속단할 수 만은 없다는 입장으로 갈려 있었다.

그러나,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권기철)"청구인이 제시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무죄 등을 인정할 새로운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70대 여성이 57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5.필자가 형법을 배운지도 30년이 지났는데....아직도 과잉방위다?

학창시절의 판례의 주인공이 재심을 청구했다기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었다.

은사인 심재우 교수님의 논문(95)도 이점을 지적 하셨었다.

그렇다면 이런 판결을 한 법관은 왜 그랬을까?변호인의 불충분한 증거제출 때문일까?

기존의 사시공부시절에 이 대법원 판례 때문에 그랬을까?

구체적인 판결 이유를 찿아 보려고 부산지법에 들어 가보니 아직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는 않다.

 

생각컨대,

당시 사건기록이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와 재심 청구인과 변호인이 제출하는 자료가 얼마나 충실한지 등이 재심 개시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정당방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 법학자는 무의식 상태에서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밀어내는 것은 본능이라며 혀를 깨문 행위는 당시 여성이 할 수 있었던 최후의 수단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신체적으로 연약한 여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남성의 성폭행을 피하려다가 자칫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거나,살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에서의 혀 절단 행위와 관련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한 여성은 가해자에게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해자 대신 피해자를 비난해 가해자 책임을 줄이려는 옛날 남성들과 구 법원의 논리는 모든 범죄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피해자의 방어행위를 문제 삼기보다는,가해자가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공격행위를 문제 삼아야 한다.

 

정당방위를 법기술상 추상적인 상당한 이유라고 밖에 규정할 수 밖에 없다면,강간을 당하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고 특수하기 때문에 방위수단이 적정했는지 판단할 때는 특별히 상당성을 초과하지 않는 한이제는 폭넓게 인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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